[ New York, NY / 05.2023 ]
뉴욕에 다녀옴. 목적은 뉴욕필 (NY Phil / Conductor: James Gaffigan) 과
임윤찬 (Yunchan Lim) 의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3 협연을
보러 가는 것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을 관람하는 것.
그 이외는 시간 여유가 되는대로 가보기로 함.
웨스트코스트는 캘리포니아를 기점으로 캐나다까지 로드트립을 해봤지만
이스트코스트는 아예 처음. 출발 전날 AI 챗봇 검색앱으로 뉴욕에 갈만한 곳,
대중교통 이용방법 대충 알아봄. 예전 같으면 몇 주 전부터 인터넷으로
자세히 다 알아보고 계획을 세웠을텐데 귀차니즘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듯.
모르면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될테고 여튼 뉴욕 JFK 공항에 무사히 도착.
AirTrain 으로 Jamaica Station까지 가서 출구 앞에서 티켓 구입해 나온 뒤
LIRR 기차 (평일 아침이라 peak time 으로 티켓가격이 더 높음)에 탑승.
Grand Central Terminal 에서 내렸는데 새로 보수공사를 했는지 꽤 넓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생각보다 붐비지 않아서 좋았음.
숙소 체크인 하기 전에 St. Patrick's Cathedral, Rockefeller Center, Times Square,
(Central Park 는 남쪽만 둘러봄) 를 걸어서 구경했는데 이 날 8마일 정도 걸음.
식사는 숙소 근처 베이커리나 마켓에서 빵,샌드위치 등으로 해결하거나 했음.
Joe's Pizza 는 유명한가본데 그냥 평범한 맛에 가격대비 만족스럽지 않아서 비추.
Halal Guys 는 Combo Platter 를 사먹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고 양도 많아서
다음날 아침까지 해결됨. 전체적으로 뉴욕 물가는 품목에 따라서
엘에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정도. 마지막 날은 공항으로 향하기 전에
뉴욕공립도서관 (The New York Public Library)을 관람함.
구글맵을 보며 분명 제대로 찾아온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지
여긴 아닌 것 같고..... 그런데 이 곳이 Rockefeller Center 맞음.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협소해서 잘못 찾아온 줄 알았는데
뉴욕하면 떠오르는 장소라 당연 대단한 규모일거라 예상하고 와서 그런 듯.
뉴욕 밤거리가 위험하다고들 해서 걱정했는데 센트럴 파크 위쪽으로는 안가봤지만
Times Square 와 링컨센터 근처를 밤 12시 즈음 걸어서 지하철을 타기도 했는데
사람들도 많고 위험하다는 느낌은 전혀 안들었음.
David Geffen Hall 어쿠스틱은 나쁘지 않았고
좌석에 오래 앉아있어도 너무 편해서 좋았음.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Silvestrov 의 Prayer for Ukraine 라는 곡과
Prokofiev 의 Symphony No.3 에 대한 소감은.....지루한 아니 난해한.....
그냥 음악에 대한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음.
인터미션 후 뉴욕필과 임윤찬의 Rach 3 협연을 본 소감은
뉴욕필의 연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이처럼
완벽하게 마음에 들도록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처음 봤음.
임윤찬은 아직 10대의 어린 나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장들의 연주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테크닉적으로도 완벽하고
연주에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할 줄 아는 자신감도 있고
예술성, 겸손함에 카리스마까지 겸유한 듯.
보통 오케스트라 연주는 콘서트홀에서 라이브로 듣는 사운드가 훨씬 더 좋은 반면
피아노 연주는 음원으로 들을 때보다 콘서트홀에서 직접 들어보면
상대적으로 소리가 작다보니 기대와는 달리 실망스런 경우가 많은데
임윤찬의 경우는 그 반대여서 더욱 놀라웠음.
반클라이번 콩쿨 때 오리지널 카덴차를 연주했기 때문에 이번 공연도
같을거라 예상했는데 오시아 카덴차를 연주했고 이 또한 완벽하다는
생각을 하며 감상함. 유튜브 연주영상을 보고 예상했던 것보다
타건이 더 파워풀하다는 느낌도 받았고 감동적인 연주였고
이날 콘서트홀을 찾은 모든 이들에겐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였을거라 생각됨.
여하튼 콘체르토 연주가 끝나자마자 객석에서 우뢰와 같은 갈채와 기립박수가 터져나옴.
콘서트홀엔 스마트폰과 일명 똑딱이 카메라까지만 허용되는 줄 알았는데
DSLR 과 미러리스 카메라를 갖고 온 관객들도 꽤 있는 것 같았음.
멀리서 봐도 아이돌급 비주얼로 보이던데 그래서 그런지
몇몇 여성관객들이 무대 바로 앞좌석과 오케스트라석 옆통로까지 나와서
DSLR 카메라로 사진촬영하는거 목격함. 정말 대단한 팬덤인 듯.
앵콜 2곡은 생소한 곡들이였지만 아름다운 연주였음.
앵콜은 거기까지만 할거라 예상했는데 공연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한 번 더
벤치에 앉아서 세번째 앵콜곡 연주를 시작함. 앞부분이 박수소리에 가려
무슨 곡을 연주하는걸까?...생각하다 관객들이 다들 자리에 앉고
조용해지자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전혀 예상 못한,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곡들 중에서도 1순위인
리스트의 Sonetto 104 del Petrarca 를 연주하고 있는게 아닌가!
감명 받은 상태로 콘서트홀을 빠져나옴. 😊
Times Square 는 낮과 밤 두 번이나 돌아다녀봤는데
규모가 생각보다 작았고 밤에는 더욱 혼잡했음. 여긴 셀카를 찍으려고 할 때마다
순식간에 미키마우스나 그 친구들이 나타나 어깨동무를 하고 있으니
팁을 주기 싫으면 자리를 옮겨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음.
여튼 자연경관은 사진보다 실제로 봤을 때 더 큰 감동을 주지만
도시경관은 완전 정반대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된 순간이였음.
뉴욕은 대중교통이 편리하다보니 언제든 걸어서 또는 지하철을 타고
다양한 공연을 보러 다닐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인 듯. 그리고
여기선 다이어트 따위는 필요없을 듯. 걷다 보면 식사한게 다 소화됨.
피곤했는지 3박 4일 있었는데 한 2-3주는 있었던 것 같음. 그럼 후기는 여기까지.